학술활동

손예진의 팔자주름(장경애원장)



 


드라마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이 매일 드라마만 본다고 구박하는 남편에게 “난 인생의 절반을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항변하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최신 드라마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지 요즘은 이 드라마, 저 드라마를 봐도 감정이입이 안되어 드라마는 거의 끊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연애시대”를 보게 되었는데, 모처럼 감성에 맞는 드라마라 거의 빼놓지 않고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중이다. 영화감독이 연출을 해서 그런지 화면이나 극의 흐름이 좋고,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그 중 주연인 손예진의 연기가 가장 칭찬할 만 한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손예진에 대한
그간에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나는 한때 주제넘게도 영화 평론가를 꿈꾸었을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그러나, 지금은 3년 전 둘째 낳으러 들어가기 전날 본 “러브 액츄얼리”를 끝으로 영화관에
발을 디뎌 본 적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슬픈 아줌마 인생이여..).
여태까지 본 한국 영화 중 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서너 번은 보았을 만큼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한석규와 누나로 나오는
오지혜가 서로 과일을 먹으면서 장난치고 웃으면서도 한쪽으로는 목이 메이는 듯한 장면이나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의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감정 표현 등등.
사실적이지만 감성에 커다란 울림을 주는 그런 장면은 삶에 대한 깊은 이해나 관찰 없이는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허진호 감독의 새 영화를 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외출”이란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는데, 주연배우가 도저히 그림이
안될 것 같은 배우들(물론 둘 다 선남선녀지만 감정 이입이 안될 것 같은..)이라 아직까지 보지 않았다.
그 배우 중 하나가 손예진이었다. 손예진하면 괜히 공주과일 것 같고, 진실하지 않을 것 같고,
연기가 안될 것 같은 느낌의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단정지어버리는 그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우선 연기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훌륭했다. 그리고 새까맣게 빛나는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웠고, 역할에 맞는 얼굴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미용을 많이 하는 전문의라서 그런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이는 보톡스를 맞은지 얼마
안되었네..저이는 안면돌출 수술을 하고 나왔구만…눈, 코, 턱 다 고치고 나왔잖아..”하는 품평을
하면서 보는 습관이 있는데, 손예진의 자연스러운 얼굴엔 반하고 말았다. 흑요석과 같이 빛나는
눈동자 뿐만 아니라, 인중에서 입술까지의 기가 막힌 라인(필러 시술시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연령대에 맞는 팔자주름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만약 더 팔자주름이 깊어지게 되면
지방이식이나 필러 시술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지금 맡고 있는 배역에 맞는 정도의 약간의 완숙미를
보이는 주름이 저렇게 아름다워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젊었을 때는 미모로 추앙 받았던 배우들이 늙지 않으려고, 좀 더 젊어 보이려고
찢고 당기는 시술을 너무 많이 받아 안쓰러울 정도로 추하게 늙어가는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런 배우들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여자 나이 50이 넘으면 “얼굴의 평등”이 온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즉, 너도 나도 늙어가니
젊어서 예뻤던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그러나 늘 즐겁고 밝게, 긍정적으로 살았던 사람은
그 웃음의 풍요로움만큼 후덕해 보이는 얼굴이 될 것이고, 늘 부정적이고 찡그리고 살았던
사람은 피곤하고 사나운 얼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화를 문제로 오는 분들에게는 살을 찢어서
당기거나 이물질을 넣는 시술보다는 써마지나 재생세포 회춘술과 같은 자연스럽게 젊어 보이는
시술을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떤 맘으로 살아 왔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손예진이 지금 보여주는 저 자연스러운 팔자주름처럼 앞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리고 기품있게 늙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그리고 난 내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50대 이후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위해서
오늘도  “긍정의 힘”을 믿으며, 그렇게 긍정적으로 관대하게 살련다.